[상근자 수첩] 안식주를 맞이하며

2025-05-07
조회수 212

안녕하세요. 민쿱 진아입니다.

이제는 소속을 민쿱으로 밝히는 것이 익숙해진 5년차 상근자이네요.

2020년 6월, 달팽이집에 입주하면서 민달팽이를 알게 되고 그 인연으로 

2021년 3월, 상근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게 벌써 5년이라니요!


사실 전 서울에서 2년만 살아보는 경험을 하다가 다시 대구로 가려고 했어요.

왜냐면 해외 워킹홀리데이 가듯이 서울이라는 도시를 경험하고 싶었던 때였고,

기간은 일반적인 전세 기간인 2년으로 생각했지요. (그땐 2+2 계약갱신청구권도 모르던 시절!)

그런데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너무나도 높은 서울의 임대료때문에 삶을 부정당하는 경험과 함께 서울살이를 포기하려던 찰나

민달팽이를 알게되어 어느덧 5년째 달팽이집에 살고 있습니다. 첫 달팽이집(5호집) 거주 후기는 여기

또 민달팽이를 통해 '주거권'이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이건 잠깐의 경험으로 끝날게 아니라 

"나의 삶의 문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아주 근본적인 문제!" 라는 인식을 하면서

어느덧 5년째 민쿱에서 상근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21년 상근 한달차에 상근자 수첩을 쓰면서 이런 말을 적어두었더라고요.

"상근자로 일을 하면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에서 일하는 것이 나에게, 그리고 사회에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봅니다. 

아직 명확한 답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계속 생각하면서 이곳에서 내가 하는 일의 의미들을 잘 찾아보려구요!"

첫 상근자 수첩은 여기

그동안 활동하며 생각했던 의미들을 나눠보아요.


처음 달팽이집 입/퇴실 담당을 하면서는 집보기, 계약서 작성, 기존입주자와 신규 입주자의 연결, 재계약, 퇴실 안내 및 확인 등을 했는데요,

사회초년생으로써 집구하는게 두렵고(손해보지는 않을까), 어려운(복잡한 계약용어들) 일이기도 하잖아요.

모두 달팽이집에서부터 어렵지 않게 임차인의 책임과 권리를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각 단계에서의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공유하고 지원하려 했던 것 같아요. 


예비조합원교육과 평등문화교육을 진행하면서는 달팽이집은 단순히 저렴한 집이거나 청년 시기에 잠깐 거주하고 나가는 집이 아니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대안적 모델이자 주거공동체임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교육이 없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개인화되기 너무 쉬운것 같아요. 특히 집문제는요.

하지만 주거권은 나의 문제이자 너의 문제, 사회적 문제이고, 이걸 해결하기위해 청년 당사자들이 모여 주거모델인 달팽이집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 또한 주거공동체로써 나의 고민과 이웃의 고민을 어떻게 덜어낼 수 있을지 같이 얘기하는 시간은 

사회적 관계맺기의 중요한 지점이라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전문 강사도 아닌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경험을 통해서 삶의 경험치가 올라가기도 했구요. 


이외에도 집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조정하면서 입주자분들이 공동체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저도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용기를 많이 배웠어요.

동아리나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면서는 환대하는 문화를 만들고, 고립되지 않는 삶을 상상하게끔, 

자치운영을 지원하면서는 바쁘고 껄끄럽더라도 직접 움직어서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고 집을 관리하는 주체성을, 

평등문화지원기구를 하면서는 평등한 조직문화가 흐르는 단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민쿱이 협동조합 답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집중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민쿱에서 새롭게 배운 것들이 많고, 그게 좋아서 조합원들에게 같이 하자고 지원하고 독려한 5년이었다!

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작년에 이사회에서 논의되어 부활한 안식주 제도를 통해서 상근 3년차 이상으로 3주간 안식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총회가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여서 그런가, 안식주 제도를 건의하고 정기 이사회에서 논의 하여 눈치보지 않고 사용하는 일련의 숙의 과정이

협동조합에서 일하기에 가능했던 기쁨으로 다가와서 감사한 마음으로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푸른 바다색과 노란 유채꽃의 대비, 그리고 3월 말의 따스한 날씨로 에너지를 만땅 채울수 있었어요.

제주도에 살아 자주 못본 친구와 외삼촌도 보고, 미뤄두었던 집 정리와 건강검진, 운전연수까지-

어른들도 다만 몇주간의 방학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나날이었네요!

와중에 협동조합 공부모임 <깊은 협동을 위한 작은 안내서> 스터디가 있어서, 

앞으로 민쿱을 어떻게 협동조합 답게 운영하면 좋을지 큰 그림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어요. 

근무중에는 책읽기만해도 바빴거든요ㅠㅠ

민쿱 조합원 대상으로 위 책으로 스터디 모임을 곧 열테니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다음 안식휴가는 8년차부터에요. 

그날까지 영차영차 새로운 의미를 찾아 가며 조합원분들과 함께 활동 잘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